Moderator: mgl_300
Бичлэгийн тоо 42,366
helnii beltgeliin daalgavar yum l daa. tom guanju jonju-/전라도 광주, 전주 / aimgiin aldartai gazrduudiin talaar PP deer taniltsuulga hiih gesen uchraa oldoggui naverees haihaar garch irehgui yum. ene aimguudad amidardag eejuud bval yamar yamar aldartai gazar bdgiig neriig n oruulj ogooch tus burt n nereer n haival garch ireh bh gej bodood. bayrlalaa
최금진 시인의 '화엄사 기행<5>
종소리 속으로 들어가라화엄사 범종각에 종이 울렸다. 저녁 일곱 시가 되어갈 때, 세상의 모든 저녁을 향해 종이 커다랗게 입을 벌려 뭐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리던 빗물들이 물고기처럼 파닥파닥 공중에서 지느러미를 흔들었다. 소리에도 여러 겹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종소리의 한 겹을 열어보면 은은한 녹차향이 나지만, 그 뒤에 오는 무수한 소리의 겹 안에는 무수한 글자들이 갇혀 있다가 빠져나온다. 저마다 날개를 달고 공중으로 흩어진다. 어떤 것은 소나무 가지에 가서 앉고, 어떤 것은 산 아래 집들에 내리가도 하지만 더 멀리 구례를 지나 해남 땅끝까지 가는 것도 있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이라는 불교의 일화가 있다. 어느 설법 자리에서 석가모니가 연꽃 한 송이를 들고 침묵하고 있을 때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도 그 뜻을 알지 못했으나, 십대제자의 한 사람인 가섭迦葉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지었다. 그래서 석가모니는 가섭에게 자신이 죽은 이후 정법을 후대에 전하도록 부탁했다. 어느 날 역시 십대제자인 아난阿難이 부처가 전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가섭은 "가서 깃대를 내려라"라고 답했다. 사원 밖에 깃대를 내리라는 말은 언설을 집어치우라는 뜻이다. 말을 하지 않고서도 그 장엄함과 숭고함에 푹 젖을 수도 있다.
범종각에 종이 울릴 때, 모든 미사여구 아름다운 말들이 입을 다문 채 다만 종소리 속에 향기가 되어 날아다닐 때, 세상의 자질구레한 온갖 거짓말들은 발 아래 툭툭 떨어져 내릴 것이다. 텔레비전에, 신문에, 매일 나타나서는 근엄한 미소를 짓고, 온화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의 말에서 향기를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세상 모든 말들의 허구에 질린 사람이라면 화엄사 범종 소리에 몸을 맡겨도 좋다. 그리로 걸어가 보면 형상은 다 사라지고 숭고함만 피워내는 꽃들이 지천이다.
다시 각황전 석등을 기억하며
아쉽지만 화엄사 이야기를 접어야 할 시간이다. 여행은 끝이 없다. 그것은 인생 자체가 곧 여행이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보아도 흥미가 없고, 흥미 있는 것도 그 감동이 오래 가진 않는다. 때가 되면 또 다른 곳으로 발을 옮겨야 한다. 인생을 나그네 길이라고 말한 것은 옳다. 그리고 그 말을 다시 곱씹어 보면 어딘가 조금은 아프다. 그러나 어딜 가든 잊혀지지 않는 몇 개의 풍경, 몇 명의 그리운 얼굴들이 있고, 그들을 주축으로 멀리 떠났던 발걸음이 다시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오곤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등대의 불빛을 발견하는 사람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나는 화엄사 각황전 석등을 일생 마음에 두고 살게 될 것이다. 언제든 이쪽을 향해 고개를 들고 추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며, 석등에서 퍼져나가던 환한 빛을 보며 방향을 잡게 될 것이다. 단 몇 개의 풍경이 때론 한 사람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살면서 그런 소중한 풍경들을 더 많이 갖게 된다면 누구나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오늘 다시 나는 여행을 준비한다. 남쪽은 석류가 익어가고 있다. 무화가 열매가 반쯤 벌어져서 달콤한 향을 쏟아낸다. 포도 농원에 가득 열린 포도송이들 사이로 벌들이 날아다닌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 지나가고, 콧노래를 하면서 어린 아이가 걸어간다. 구름은 낮게 산 아래까지 내려와 떠다니고 남쪽 어딘가에선 비 소식이 있다. 나는 걸어간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주고 오래 바라보았던 꽃나무들을 생각한다. 오늘 떠나는 여행은 얼마나 오래 그곳에 머물게 될 지 잘 모른다. 더 멀리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불빛, 인생에서 등대의 불빛을 발견하는 사람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
[광주 광산구]금봉산

[광주 서구]5 ·18기념공원산책로
지니
09-11
984
1028

[광주 동구]5.18 민주광장
지니
09-11
831
http://gnii.kr/bbs/board.php?bo_table=tour&sca=%B0%FC%B1%A4%B8%ED%BC%D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