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흘러간다 ♡_
황혼이 찾아들면 도시는 장밋빛 향기를 발산한다.
오늘도 J와 나는 가게로 흘러간다.
안과 겉의 경계에는
투명 유리창이 파란 눈을 뜨고 있다.
언제나 바람에 부풀리는 도시,
시무룩한 표정으로 假面(가면) 같은
네온은 깜박이고
늦은 귀가를 재촉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루의 피곤이 오줌처럼 노랗게 익어있다.
이제는 아무도 속지 않는 짙은 화장을 한 채
얼어붙은 겨울밤이 조각조각 기워진 추억으로
가볍게 유리창을 통과한다.
너는 나에게 타인, 나의 사막,
너는 나의 불타는 얼음 지옥,
숨었던 별꽃들이 거대한 화단을 수놓으며
마지막 향기를 퍼올린다.
새벽을 향해 가는 지상의
낡은 유리창은 성에처럼 차갑게 흐려진다.
나는 인생의 절반을 교도소에서 배웠고
불처럼 춤췄던 절반은 칼날 위에 헌납했었지,
노려보는 도둑고양이의 눈 같은 정적이
단단한 벽을 움켜쥐고 천천히 일어선다.
무질서한 밤의 풍경이 고함을 토해내고
관찰은 타인처럼 피곤함을 불러온다.
몇 곡의 음악이 성에 낀 유리창 사이를 튕기며
하얀 담배연기로 흩어진다.
깜깜한 셀룰로이드판지로 착색된 삶이여,
어떤 별빛을 그리기 위해 이렇게 어두운가.
도대체 텅 빈 이 나이는
어떤 과거의 유혹으로부터 출발했을까.
멀리서 깊은 회한의
어슴프레한 새벽이 흘러들고
가끔 스탠드 위의 촛불이
텅 빈 홀처럼 흔들리지만
모든 것은 아직까지
괜찮다,
몇 곡의 음악이
단단한 에메랄드빛 아침과
우리를 부드럽게 파고들어
희미하게 꺼지며 쟁강거리는 은하수 물결처럼
조용히 조용히
흘러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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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ndy 님♡~]
머물다가신 고운님들 언제나 용기 잃지마시고
힘내시길 두손 모아 간절히 소망합니다.